내가 만난 북녘말

일주일 동안 의 방문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여러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의 언어는 일상생활 용어에서부터 많은 부분 미묘한 차이가 있고, 심지어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이 글에서 일일이 다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한 두어 개의 토막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평양에서의 우리 일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북측의 대화 상대는 조선기독교도 연맹의 조직부장이었던 이춘구였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북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 북측이 작성해 놓은 우리 일정에 추가하여 이런저런 제안을 그에게 했다. 그런데 그는 나의 진지한 제안에 대해서 “일 없어요” 라는 말로 묵살하는 게 아닌가!

당시 그와는 제 삼국에서 자주 만나 서로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를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의 반응에 약간 실망하였지만 다시 한 번 더 나의 제안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역시 그의 반응은 “아 일없다니까요!”였다.

대화를 마친 후 한동안 ‘일이 어렵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다고 설명할 것이지, 네 마음대로 하겠으면 해보라는 듯이 어떻게 저런 투로 무책임하게 말하나?’라는 서운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숙소에서 ‘할 수 없지 뭐’ 혼자 말을 하면서 마음을 고쳐먹고 있는 나에게 이춘구 부장이 찾아 와서 같이 나갈 채비를 독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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