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북녘말

익숙하지 않았던 용어에 잠시 어리둥절하던 우리는 곧 ‘수표’가 서명이라는 뜻인 것을 알아챘다.

짧은 일주일 동안의 경험이지만, 그래도 언어의 차이에 약간은 익숙할 수 있었던 우리는 얼른 펜을 받아 들고 서명하여 일 주간의 평양 방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북녘 동포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남한 사람들인 우리가 잘 못 알아듣기도 했지만, 북녘 동포 역시 우리들의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다.

묘향산 입구에서 젊은 여성들을 만나 환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우리는 남한 교회에서 온 목사라고 하니 “ 통일 운동하는 사람 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단지 문익한 목사를 알고 있었던 그들은 목사를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교회라는 용어도 처음 듣는 것 같았다. 그동안 우리말에 살며시 끼어들어 일상 언어를 오염시키고 있는,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여기고 있는 남한 사회를 생각해 본다. 아니 ‘오렌지’가 아니라 ‘오륀지’라고 하든가… 미국말 못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정도가 되었으니, 만약 오늘 북녘의 형제, 자매들이 서울을 방문하여 시민들을 만나 자유롭게 대화하게 한다면 북녘의 그들은 남한의 언어를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기야 50여 년의 세월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체제, 다른 이념으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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