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작품읽기

이 자리에서 영성이 어머니는 탁아소에서부터 엉뚱하고 남달리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들어온 영성이의 우수한 자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경미는 국어 시간에 받아쓰기도 절반밖에 못쓴 채 답안을 제출하고, 수학문제를 제시하면 맨 나중에 답을 하거나 선생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눈만 껌뻑거리며 앉아 있는 영성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영성이어머니의 부탁을 자녀에 대한 환상으로 돌린다. 요컨대 경미는 영성이 어머니의 부탁을 공정성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옥희와의 관점은 확연하게 갈라진다.


“영성이 엄마 말을 들으니 그 애가 정말 범상히 볼 아이가 아닌 것 같애. 잘하면 뛰어난 수재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중략…)

“옥희, 우리 교육자적 량심에서 한번 말해보자. 지금 자식들의 교육문제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게 하나의 사회적 풍조로 되고 있는데 이런 때 우리 교육자들이 인정이나 편견에 사로잡히면 어떻게 되겠니? 진짜 수재를 놓치구 <인공 수재>나 만들어낸다면 그건 사회 앞에 큰 죄악으로 된다고 봐. 강짜로 주입시켜서 일시적으로 성적을 높이구 그런 식으로 상급학교에 입학시켜 공부를 시킨다 해두 기껏해야 간판이나 쥐였지 실지로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니?”(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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