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작품읽기

영성이의 능력을 발견하는 옥희의 결론은 그에게 숨겨진 독자적인 사고력이다. 이는 교육의 과정주의에 신뢰를 보내는 전인적 교육관의 핵심에 해당한다. 비록 사회주의 교육의 이상에 근거해 있으나 어느 사회이든 인재란 그 사회를 이끄는 재목을 지칭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한 대입을 통해 구성되는 기계적 지식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지식을 구성해내는 창의적인 사고가 아마도 여기에서 말하는 ‘복잡 사고’일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사물의 이치를 배운 지식을 반복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원리를 스스로 사유하며 찾아내는 입체적인 사유를 가리킨다. 경미는 자신과 옥희를 비교하며, 교육현장에 만연한 타성과 실정주의,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반성을 감행한다.


“그래! 나에겐 그것이 없었어. 부모된 심정, 부모다운 사랑! 순결하고 뜨거운 그 사랑만이 학생의 숨은 재능을 찾아낼 수 있는 거야. / 나는 오직 인정에 지지 않는 원칙과 공정성만이 교육자의 양심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아니었어. 그건 양심이 아니라 눈앞의 성적만을 보고 손쉽게 실적을 내보려는 야심에 불과했던 거야!”(65쪽)


경미의 반성은 교단생활 4년을 결산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교육자의 이상을 호명해낸다는 점에서 북한사회의 소설 문법에 충실하지만, 학생들의 ‘숨은 재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야심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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