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작품읽기

옥희는 영성이의 집과 이웃한 곳에 살면서 소문을 익히 들었던 까닭에 영성이에게 흥미를 보인다. 반면 경미는 교육자의 양심을 거론하며 학부모의 과중한 관심이 교육 현장에서 인정주의의 폐단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경미와 옥희의 대화에서 짐작 가능한 현실은 교육현장에 만연한 정실주의의 폐단과 그로 인해 반복되는 인재 발굴의 실패 상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떠들썩한 ‘치맛바람’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경미는 교육자의 양심으로 학부모의 청탁과 같은 교육 현장에 만연한 폐단을 진단하는 셈이다. 그녀는 교육자의 인정주의와 편견 때문에 진짜 수재는 찾지 못한 채 성적 지상주의에 길들여진 ‘인공 수재’만을 양산하는 현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반면, 옥희는 영성이의 재능에 관심을 가지며 그에 걸맞는 학습지도 방법을 찾아나서는 인물이다. 영성이 어머니의 청탁과는 별개로, 경미는 지난 1년 동안 영성이의 지능 계발을 위해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영성이는 이해력이나 문제 푸는 속도에서도 굼뜨기 짝이 없다. 집중력과 학습에 대한 열의 또한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경미는 영성이에게서 산만한 모습만 발견한 채 실망하고 만다. 그런 끝에 영성이어머니는 학급 이동을 요청했던 것이다. 경미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영성이에 대한 교사의 회의는 양가적 의미를 갖는다. 그 하나는 그토록 비판해온 성적지상주의에 빠진 교육자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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