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작품읽기

을 경미 자신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북한사회의 교육이 지닌 성과 지향주의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지만, 수요자인 학생을 인간적으로 배려하지 않는 비교육적 처사에 대한 비판도 감행되고 있다. 그러니까 영성이에 대한 회의(懷疑)에는 교육현장에 만연한 정실주의의 폐단과 비교육적 처사, 재능 없는 학생에 대한 학부모의 과도한 관심, 성적 지상주의라는 현실이 한데 어울러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미의 회의는 헌신적이고 학생 중심의 지도방법을 찾아내려는 동료 교사 옥희의 헌신적이고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발견으로 전환된다. 곧, 비교육적 처사로 얼룩진 교육 현장에서, 참된 교육의 이상을 실현하는 모습이 옥희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경미는 자기 학급 학생들에게 최우등생 경연대회를 지도하는 한편, 영성이를 떠맡은 옥희를 유심히 관찰한다. 경미는, 밤늦도록 영성이와 마주앉아 진땀을 빼는 옥희를 보면서 학생 본인에게 부담과 고통을 주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경미의 이러한 관점은 평범한 학생에게 요구하는 과중한 학습의 부담, 과잉경쟁에 내몰리는 교육 현실이 북한사회에도 실재한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러나 옥희는 남들보다 속도가 느리기는 해도 엉뚱한 생각을 하는 영성이의 특성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며 그에게 맞는 교수법을 찾아내려 애쓰는 교사상을 보여준다. 그녀는 탁아소에까지 찾아가 영성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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